연성 (66)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생 석율그래 단문 / Take me to Church 연작 Take me to church첫번째, 석율그래 / 죄를 짓지 않게 하시옵고 한석율은 이름이 여러개 된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를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간에 내버려두기 때문이다. 또 그의 품속에는 명함이 여러 장 들어 있어서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내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게 편했다. 일하기에도 그랬고, '한석율'로 살아가기에도 그랬다. 적어도 석율이 헤프게 잘만 웃던 입꼬리를 내리기 전까지는 한석율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석율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에는 느와르 영화나 추리 소설에 나올법한 장황한 배경은 없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열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킬러인 아버지가 기른 석율이 킬러가 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다. 그러나 아버지였다. 통통.. 미생 석율그래 / 발렌타인 전야 발렌타인 전야@데나님 리퀘 : 율래 발렌타인데이 결전의 날이 왔다. 그 날. 석율은 알람이 울리기 30분전부터 눈을 뜨고 있었지만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 날이다. 2월 13일. 물론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날은 아니다. 하지만 내일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만큼은 가히 역사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준다는, 딱히 뿌리를 알고 싶지는 않지만 아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있는 날이다. 문제는 토요일이라는 것이다. 토요일은 출근하지 않는다. 출근하지 않으면, 장그래를 만날 일이 없다. 물론 그래에게 연락을 하면서 동네까지 찾아가면 귀찮은 얼굴을 해도 모른 체 안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몇번 해봤다) 이미 그 계획도 다 짜놨다. 하지만.. 미생 해준그래 /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마르님 리퀘: 소속사 사장님 강해준 X 소속연예인 장그래 살다보면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아무리 갖은 잣대를 다 대보아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살면서 '고생을 하는 사람'과 '고생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어 진다. 여기에 장그래를 대입해보면, 조금 설명이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장그래는 건대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있다. 6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은 장그래 혼자뿐이다. 이제 막 영화가 두개 개봉하고 드라마를 촬영중인 신인배우치고는 생경한 환경이다. 장그래는 경비가 철통같은 아파트 로비 문 밖에는 추운날씨에도 후드를 둘러 쓴 소녀팬들이 서성거릴 정도로 인기도 있어서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에 아이돌이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26살, 결코 이르지 않은 .. 신세계 청자성중구 / 인간실격 1 인간실격 1 이자성은 제가 선 곳이 바다인지 땅인지 똑바로 헤아릴 수 없었다. 맨발에 닿는 시멘트는 따끔거렸지만, 그마저도 출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자성은 곧 자신이 시멘트 반죽에 삼켜질 것이라는 공포에 빠졌다. 실제로는 이자성 혼자 땅 위에서 이리저리 비척거린 것에 불과했다. 그 옆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그랬다. 옷을 입다 만 듯 한 차림새의 비쩍 마른 남녀 여럿이 그렇게 비틀거리는 것은 흔한 광경은 아니었다. 그들은 배에서 짐짝처럼 끌어내려졌다. 거친 뱃사람 두엇이 이자성의 팔을 잡아끌고 갈 때는 영락없이 물고기 밥 신세가 될 줄 알았다. 실제로 나이가 많았던 남자 하나와 젊지만 탈수증세에 시달리던 남자 하나는 그렇게 끌려 나가 돌아오지 못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바다가 아닌 땅에 사람들을 던졌다. .. 신세계 청자성중구 / 인간실격 0 인간실격 0 사는 거 지겹지 않냐? 이자성은 양파를 까다 말고 멀뚱하게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나다 못해 눈이 아린 상황에 그런 이야기나 들으니 뭐든 시원찮게 들렸다. “사는 거요?”“그래, 사는 거. 언제까지 칼질해서 남의 접시 채워주는 일만 하다가 떵떵거리고 살아보겠냐. 우린 마냥 이 주방바닥에 채소 껍질이랑 뒹굴다가 뒤질 팔자라고.” 자성은 막 반질반질하게 까놓은 마지막 양파를 양동이에 넣어 놓고 그것을 재료선반 위로 올려 두었다. 양파껍질을 모두 집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동안에도, 자성의 선배이자 자칭 요리스승인 황오는 계속 푸념을 늘어놨다. “아, 나는 언제 한번 이런 하수구멍 벗어나서 살아볼까.”“그래도 일이 있으니 다행이잖아요. 일도 못해서 굶어 죽는 사람도 있는데. 굶지 않을 만큼은 버니까... 미생 석율그래 / 울분을 가진 남자 울분을 가진 남자조폭AU(성냥을 가진 남자와 연작) 장그래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보통 말은 내가 하고 장그래가 면박을 주면, 나에게는 선택권이 두 가지가 주어지는데 하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전에 했던 말을 계속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내가 말을 계속해도, 혹은 말을 바꿔도 장그래는 계속 면박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거릴 뿐 절대로 먼저 등을 돌릴 줄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그 동그란 어깨를 보면서 '좀 바보 아냐?'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돌아갈 줄 모르는 그 어깨가 고마워서 또 자꾸만 말을 걸었다. 장그래는 나보다 일주일 늦게 '포에버'에 들어왔다. 아가씨들이랑 팔짱끼고 지나가면서 새로 왔다는 실장은 대충 뒤통수만 봤었다. 동.. 미생 석율그래 / 경성지담 1 경성지담 1 일인상회가 즐비한 황금정 2정목에는 드물게도 조선사람이 하는 고급 포목점이 하나 있는데 그 상점은 일어도 잘 하고 태도도 본토 사람처럼 싹싹한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어서 장사가 제법 잘되었다. 총독부 안주인들까지 종종 옷감을 사러 오는 가게이니 걱정 할 것도 없지만, 딱 하나 비단결만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농사때문이었다. 그것도 처음 보는 이들이 들으면 의아해 할만 한 것이, 한씨 부부의 아들, 이름은 석율이요 나이는 올해 22살난 아들은 조선 사람은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2학년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동경에 유학까지 다녀와 신문물에도 훤하고 사고도 본토사람들마냥 트인 기재 중의 기재였다. 이렇게만 읊으면, 낯선 이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아니 무슨.. 미생 석율그래 / 화상 화상 장그래는 문득 자신이 한번도 소속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에게는 아버지가 있었고 어머니가 있었고 그들은 가족이었지만 가족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때부터 붙어 나온 탯줄과 같은 것이니 장그래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장그래의 어머니+ 장그래의 아버지 = 장그래.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완전한 타자와 내가 한 가지 이름 아래 묶인다는 것인데 장그래는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타자를 만났으나 그 중 누구와도 무리짓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나이 26살에. 기원에서도 연수원에서도 장그래는 장그래와 비슷하거나 그가 목표로 하는 자리의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생활해 왔으나 결국 모두가 지극히 개인적인 대결만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진정으로 하나의 무리가 된 적은 없는 것이다. 그것은 각각의 집을 짓고 살아가..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