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66) 썸네일형 리스트형 스카이폴 00Q / Die another day Die another day 의식은 솜처럼 젖어 가물거렸다. 아직 눈을 감지 않은 것은 복부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통증덕분이었다. 총알이 팝콘처럼 튀던 전장은 저물었고 나는 피를 흘린 채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 같아요? 태너였나. 그렇게 물었다. 아마 태너일거야. 난 뭐라고 대답했지. 난 안 죽어 였던가 하는 시시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상처를 손으로 틀어막고 흙투성이 바닥에 누워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게 나에게 맞는 죽음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흙바닥 속에 혼자 저물어가며, 피투성이로. 적어도 슈트는 입었잖아. 내가 좋아하는 타이도 했다고 그럼 됐지. 난 해내지 못할거야. 배를 누르고 있었지만 뜯겨 나간 것 같았다. 란손처럼, 난 안될거야. M은 내 새로운 부고를 작.. 신세계 청+자성 단문 모음 1 나약한 인간 이자성은 죽었다. 그 날 그 병실, 산소호흡기를 그러쥔 채 손을 움직이지 못했던 그때, 정청이란 이름의 남자의 숨이 파르르 넘어갈 때 잠들듯이 가버린 것은 정청만이 아니었다. 나약한, 배신자, 이자성도 그때 죽었다. 2 본래 정청이란 인간은 구제불능이었다. 심장이 목 밖으로 튀어 나갈듯이 긴장한 채로 수술장에 들어섰던 그 첫 대면에 피 칠갑을 한 채 이마 위에 찢긴 상처가 아프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그를 처음 봤을 때 이자성 머릿속엔 빨간 원숭이가 떠올랐다. 하도 난리를 해서 말도 못 붙이고 서 있는데, 정청이 중국말로 욕을 했다. 대일밴드든 스카치테이프든 좀 가져와보라고 쌍것들아. 거의 반사적으로 이자성은 거기에 대답했다. 저 하나 있습니다. 중국어였고, 그 말에 정청이 쳐다봤다. 눈이 .. 신세계 청자성 / 염 염 여름날씨답게 변덕스러운 비가 절간 마당을 온통 진창으로 만들던 날, 장의사 이씨한테는 그날이 조금 별스런 날이 되었다. 연락을 받고 절에 도착해보니 준비된 재료가 하나같이 억 소리나는 고급품이라 유난한 사람이 죽었구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절에 으리으리하게 상을 차리는 사람치고 돈 없는 이는 없으니 그건 그렇게까지 별스런 일은 아니었다. 다만 별스러웠던 것은, 유족이 직접 염을 하고 싶다고 나선 것이었다. 요즘은 소염작업부터는 유족들이 보는 앞에서 진행하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씨는 유족에게 그렇게 말했다. 무슨 변덕인지는 몰라도 필시 자신이 대충 할까봐 그런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 유족, 죽은 사람의 동생된다나 부하가된다나 하는 사람은 '고갤 젓더니만 하고싶습니다' 라고만 했다. 거.. 스카이폴 00Q(19금) / 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마블 맷피터 / 그 남자의 집 그 남자의 집 결국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될 거야. 맷 머독은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랬다. 그는 늘 맞는 말만 했다. 가끔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악다구니를 쓰게 할 만큼, 맞는 말을 돌리지도 않고 그대로 날렸다. 천하의 스파이더맨이라고 해도 심장 바로 앞에 총구가 닿아 있으면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의 사정거리라는 것을 두지 않는 사람의 말은 피할 도리가 없다. 더 열 받는 건 그러한 말을 듣고 그대로 갚아줄 수 있을 만큼, 피터 파커가 말 주변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상대는 변호사라고,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피터는 가끔 화가 끓어오를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라앉혔다. 가라앉힌다고 가라앉을 감정이 아닌 것은 두 번째 문제였다. 그러나 가라앉히지 못하면 무엇을 어쩔 것.. 킹스맨 팅테솔스AU 해리+에그시 / 안개 속으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Au로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팅테솔스의 빌 헤이든(콜린 퍼스 역)가 마지막에 언급하는 그의 남자 애인에 해리 하트와 에그시를 넣어 싸먹어보세요.+왼오모르겠어서 그냥 + 썼습니다 안개 속으로 그는 오지 않을 것이다. 게리, 아니 '에그시' 언윈은 알고 있다. 물론 올 수도 있다. 가능성은 늘 있는거다. 그는 신사였지만, 연락을 제때에 주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종류의 신사는 아니었다. 그렇게 신사다울 때도 있었다. 딱히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열흘이 넘도록 전화 한 통 없다가 불쑥 삐걱거리는 문을 점잖게 비난하며 낮은 현관을 밀고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에그시는 자주 현관을 쳐다봤다. 의자에 거.. 킹스맨 멀해멀 + 에그시 / 아침식사 해리 하트는 잡을 수 없는 남자다. 멀린은 처음 킹스맨 후보로 문턱을 넘을 때 그가 데스크에 기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잡을 수 없다. 물이나 바람처럼. 잠시 어딘가에 '담길' 수는 있어도 영원히 잡아놓을 수는 없는 것이, 예의과 규칙을 갑옷처럼 두른 해리 하트라는 남자였다. 물론 그는 다정하고 어떤 날에는 낭만적이고 가끔은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심지어 그 모든 것을 거의 다 지켜봐 왔지만, 멀린은 여전히 생각했다. 해리 하트는 붙잡아 놓을 수 없는 남자다. "그러니까, 이 인원 구성은 뭐에요?" "에그시, 그건 내 물잔이다. 네 것은 저거야." "...어차피 다 같은 물이잖아요?" "독주를 받아도 그런 소리가 나올지 지켜보마." 에그시가 투덜거리며 물잔에서 손을 뗐다. 해리는 만.. True Detective 러스트+마티 / Take me to church 연작 "사실 말이야." 러스트는 갑자기 말을 걸었다. 해질녘 묘지는 대화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이 새끼랑 함께라면 어디든 그렇지. 마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부러 더 세게 삽을 흙위로 내리꽂았다. 이미 허리가 뻐근하게 아파온지도 오래됐다. 이런 일을 하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지 않아? 마티는 투덜거렸다. 러스트는 대답처럼 입을 열었으나 여전히 독백이었다. "요즘 환상을 보고 있어." "거 잘됐군, 티비수신료는 아낄 수 있겠어." 러스트는 걸터앉은 묘비를 손으로 쓸었다. 돌은 냉기가 스며나왔다. 그는 자신의 흙투성이 손을 들여다보다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감각이 없다. 아니다 감각은 있다. 다만 간헐적일뿐이다. 주로 마티에게 말을 걸때마다 뭍으로 밀려온 물고기처럼 감각이 퍼덕거렸다. 손이 찌르르하게 저리고..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