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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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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쁘다 당신은 나쁘다 산이는 이쁘다. 나는 이산을 만날 때면 늘 그 생각을 한다. 그 오동통한 입술하며 흰 피부며 반달처럼 휘는 눈이며. 이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이쁘고 잘생긴 것을 좋아하는 솔직한 인간이므로 이산의 이쁜 얼굴을 참 좋아한다. 성격도 착하다. 기다려 하면 기다리고 가 하면 가는. 그렇다고 성질이 없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가끔 가다 한번씩 팩 하고 토라져서 성질 부릴 때가 있는데 그것도 이뻤다. 그런 의미에서 산이는 100점 만점에 99점짜리 애인이었다. 그런데 왜 1점을 깎았느냐고 하면, 100점을 채우면 재미가 없으니까. 인간은 원래 모자라게 만들어진 동물이다. 끊임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고 그렇게 살아가라고 프로그램 되었는데 100점이라니, 완벽한 인간은 재미가 없다. 100점짜리 애인은 ..
검은 물 검은 물 음습하게 흐르는 강의 표면 부서지는 달 조각은 길을 잃고 빛 한 줌 없는 물 위에서 - 전화가 울린다. 어딘가에서. 못 들은 척 했지만 열린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전화소리는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점점 더 선명해진다. 마침내 그것은 귀에 고여 있다가 한데모여 폭발하고 깨질 듯 한 두통으로 나는 순식간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나 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숙취로 인한 수면의 끝이 좋을 리 없다. 어두운 시야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머릿속을 더듬는데 문득 전화소리가 들린다. 아 그래. 저것 때문에 깼지. 더듬거려 소리의 근원지 쪽을 찾는다. 팔로 엉금엉금 기어서 옷가지 아래 깔려 있는 핸드폰을 찾았다. 모르는 번호. 그보다 ..
관계의 종말 관계의 종말 김태성은 카페를 한다. 상수역에서 200M쯤 떨어진, 주택가로 들어가는 골목 안 쪽 애매한 자리에 위치한 카페 ‘헬리오스’가 그가 운영하는 가게였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할 위치에 있는데다, 독신인 게 분명한 사장의 불친절과 개인주의의 경계를 오가는 접객태도를 생각하면 손님이라고는 파리 몇 마리가 전부일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식객들의 방문으로 단골들은 꽤 많았다. 태성은 이 현상을 두고 ‘내가 잘생겨서 그래.’라고 말해서 알바들에게 빈축을 샀지만, 블로그 후기에 가끔 사장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걸로 봐서는 아예 지어낸 말은 아니었다. 180cm는 넘지 않지만 거의 그쯤 가는 훤칠한 키에 마른 몸은 보기만 해도 늘씬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나이보다 동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