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11
센티넬버스 au
괜찮아? 이단은 고갤 들었다. 책상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브란트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이단은 고갤 끄덕거렸다. 브란트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도 한 번 더 괜찮냐고 물어봤고 이단은 손을 내저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했을 뿐이야.
"브리핑 중에 다른 생각을 했다고?"
"공사가 다망해서."
그렇기야 하지. 브란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건물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가장 많은 사람을 찾는다면 이단 헌트가 될 것이다. 부인-혼인신고는 안했지만-은 사라지고 기억도 조각난데다 평소 쓰던 능력들의 반 정도밖에 못 쓰는 사람이라면 같은 용량의 뇌로는 부족할 정도로 생각할 것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브란트는 넘어가기로 했다. 뭐든지 다 설명할 수는 있다. 그가 잠시 '짐'을 챙긴다고 나갔다 돌아온 세시간 사이에 안색이 좀더 안 좋아진 것은 또 다시 그 집에가서 줄리아의 흔적들을 뒤적거리다 왔기 때문일 것이고, 브리핑 중에 넋을 놓고 있는 것은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하고 회한에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브란트는 그를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함부로 '설명'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은 넘어가기로 했다.
스크린 옆에 서 있던 벤자민 던은 둘 사이를 번갈아 가리키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브란트가 고갤 끄덕거리자 다시 톤을 높여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단과도 브란트와도 일해본 적이 있는 기술직 출신 현장 요원은 몇번인가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목표는 이자들입니다. 알려진 대로, 매우 매우 위험한 자들이죠. 신디케이트로 알려진 우리의 친구들이죠. 이들의 제1목표는 아시다시피 '센티넬의 자유'죠. 그러니까 정부관리하에 센티넬을 가르치는 것은 불법이라는 거구요, 인용하자면 '정부의 살인기계 양성에 반대한다'는게 이들의 그러니까 음, 선언이죠! 다들 읽어봤겠지만, 근데 진짜 내가 브리핑해도 괜찮겠어요??"
"당연하지."
"괜찮다니까."
벤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제까지는 미국에 숨어든 테러리스트를 찾는다는 명목하에 수천명의 얼굴을 인식프로그램에 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IMF 최고 요원과 이름난 수석 분석가와 한팀이 되라고 임무가 떨어지더니 갑자기 하얀 방에 끌려가서 국장이 보는 앞에 비밀엄수서약서에 싸인을 하질 않나, 나머지 둘 -전설급 센티넬 출신 요원과 거의 모든 서류 끄트머리에 이름이 찍혀 있던 분석가-앞에서 브리핑을 하라고 하니 사고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난 원래 이렇게 남 앞에 서는 걸 잘 못한다고! 너무나 평온하게 어서 하라고 손을 젓는 두 사람을 보면서 벤지는 처음으로 현장요원 시험에 떨어졌을 때의 기분을 느꼈다. 눈앞이 뱅글뱅글 도는 것 같고 이 방안에 사람이 두 명이 아니라 200명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너무 잘나가면 어지럽잖아. 이단 헌트는 기술직으로 백업을 갔을 때도 달랑 수신기 하나만 지급받은 상황에서 이상한 종교단체에 잠입해서 조직을 거의 괴멸상태로 만들고 나왔던 사람이고 브란트는 보고서에 오타 하나만 있어도 팀원 전체를 소집하던 깐깐한 사람이었다. 이 둘 앞에서 브리핑을 하라고? 내가? 벤지는 모든 불평불만 -대부분 혼잣말-을 속으로 꾸역꾸역 삼키며 다시 스크린을 가리켰다. 까라면 까야지.
"스스로는 센티넬 해방연대라고도 부르는데 그건 넘어가고. 아무튼 이번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소식에 의하면 곧 여기 DC에서 테러가 있을거라고 합니다. 어떤 형식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고요. 주요 간부들은 이미 소재 파악이 끝났지만 이번 임무의 목표는 그동안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던 이들의 머리를 치는겁니다. 에- 우리의 방대한 서버에도 사진 한 장밖에 없어요. 이름이랑. 이름이 그러니까-"
"일사 파우스트."
벤지가 기억과 말을 한꺼번에 더듬는 사이 스크린에 뜬 한장의 사진을 보고 이단이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일사야. 덜레스 공항 cctv 화면에 찍힌 사진을 확대한 자료가 스크린에 떠 있었다. 턱을 당기고 군중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여자는 아름답고 평범했다. 아는 사이야? 브란트가 물었을 때 이단은 고갤 저었다. 일반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센티넬 출신 요원들은 신입교육을 받을 때부터 신디케이트의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었는데 이단은 기억 속에서 그녀의 이름이 뜨자마자 주의요망이라는 글씨가 붙은 보고서를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맞아, 맞아. 일사 파우스트. 국적도 불명이고 소재지도 파악이 안 된 우리의 미스테리한 목표죠. 우리는 이 여자의 소재를 파악하고 곧 벌어질 테러를 저지하는 임무를 받은겁니다. 이제 끝. 브리핑 끝. 끝이죠? 괜찮죠?"
"이제까지 신디케이트가 벌였던 활동들은 그렇게 주목받지 않았잖아. 반정부단체라고 해도 센티넬요원 회유가 사건의 대부분인데다가 전담부서도 따로 있고. 갑자기 이런 시기에 우리한테 일이 떨어진 이유라도 있어?"
브란트가 물었지만 벤지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것까지야 말단인 내가 알 수 있을 리 없잖아. 이단은 스크린 속의 얼굴을 주의 깊게 보다가 말했다.
"줄리아의 실종 배후에 신디케이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러니까 네 걱정만큼 완전히 상관없는 임무를 맡기는 건 아닌거지. 브란트는 이단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기부터 파보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을 하니 사고는 쉽게 확장되었다. 우선 줄리아의 실종과 이후에 있었던 센티넬-가이드 실험 자체는 대외비이기 때문에 이단 헌트라는 대단한 요원이 아무 임무도 받지 않고 쉬고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수도 있다. 이단 헌트가 제대로 쉰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랬다. 원래 IMF 라는 조직 자체가 수시로 새로운 팀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진다. 능력본위 실적 위주의 작전 진행에 그때그때 투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팀으로 만들어 왔으니 현장에서 뼈가 굵은 이단 헌트와 오랜만에 현장요원으로 복귀하는 윌리엄 브란트, 그리고 이제 막 현장에 투입된 기술직 출신 벤자민 던을 한 팀으로 묶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벤지는 스크린 옆에 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슬쩍 옆으로 비켜나서 책상 앞 의자를 천천히 끌어내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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