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성/2차

참형사 / 어둠과의 조우

마티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집의 창문은 너무 어두워서 마티는 러스트가 그 방랑벽을 못 이기고 루이지애나 주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현관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가자 먼지냄새가 풀풀 나는 집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었다. 현관문을 닫자 곧바로 마티는 어둠 속에 떨어졌다. 벽에 있는 스위치를 찾아 더듬으며 투덜거리는데 불쑥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정전이야"
"이런 제기랄. 놀랐잖아! 대체 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뭘하고 있는거야?"
마티는 어둠 속이라 자신의 얼빠진 얼굴을 러스트가 보지 못한 걸 다행으로 여겼다. 스위치가 손에 닿아 달칵거려봤지만 전등은 아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앉아있었지. 어두우니까."
"넌 진짜 또라이새끼가 맞아."
문을 좀 열어놓는다거나 아니면 해결될 때까지 나가있는다거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도 있잖아? 마티는 투덜거리며 손끝으로 벽을 더듬어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 안의 맥주가 미지근했기때문에 마티는 이 상황이 더욱 우울해졌다. 싱크대 옆에 서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어둠 속의 사물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마티, 난 이 어둠이 만족스러워."
"또 시작이구만."
"이곳 어딘가에 내 딸이 뛰어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마티는 그 순간 조그만 발자국 소리가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뛰어다니는 듯한 느낌에 등골이 쭈뼛섰다. 
"이상한 소리하지마. 넌 지금 거의 부두교 주술사같이 말하고 있어."
"마티 어둠은 두려운 것이 아냐. 이건 우리가 가야할 곳이야."
"젠장. 러스. 난 지금 범칙금을 300달러나 내고 고객 하나도 잃고 왔는데 그런 말을 해야겠어?"
거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말은 잠잠해졌다. 마티는 그쪽을 향해 고마워!하고 외친 뒤 맥주병을 내려놨다. 그때 현관문 쪽에 인기척이 났다. 마티는 어둠 속을 또 헤집어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있는 줄 몰랐는데. 왜 불은 다 꺼놓는거야?"
담배를 물고 있는 러스트가 마티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마티는 어- 라고 길게 끄는 것 외에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정전이라며."
"내가?"
"그래 네가."
"내가 방금 여기 도착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래 보이네."
"그러니까 이건 다 무슨 개소리야?"
마티는 뒤를 돌아 볼 수 없었다. 러스트는 그를 지나쳐 벽에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불이 들어왔다. 밝아진 바닥을 보다가 마티는 천천히 고갤 돌렸다. 거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