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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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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임파 이단브란 /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6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6(센티넬버스 AU)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2시간 반동안 차는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이단이 한번쯤 '교대할까?'라고 물었지만 브란트는 '아뇨.'라는 말로 잘랐다. 딱히 기분 나빠하지는 말아요 라고 덧붙이기도 했으나 별로 기분 나쁠 일이라는 것도 없었다. 필라델피아에 진입하면서 브란트는 오랜 침묵을 깨고 조수석 앞을 열어보라고 했다. 이단은 순순히 조수석 앞 글로브 박스를 열었다. 자동차 등록증과 함께 선그라스와 야구모자가 하나씩 들어 있었다. "양키즈 팬이라고 해줘요. 사실 선택권은 없지만, 그래도 그게 기분상 나을 것 같은데?" 이단은 선그라스와 야구모자를 꺼내들었다. "이렇게까지?""할 수 있는 건 뭐든지요. 시간만 됐어도 풀 마스크로 준비했을 텐데요." 차가 삼거리에 멈춰섰다...
미임파 이단브란 / 정오의 산책 정오의 산책(도록님 그림보고 붙인 단문) "자네 요즘 살 좀 붙지 않았나?" 국장이 결제한 보고서를 돌려주며 함께 던진 말에 브란트는 하하하, 하고 세번 웃었다. "신체에 대한 불필요한 언급은 성희롱인데요, 국장님. 성교육 세미나 다시 받으셔야 겠네요, 72시간짜리. 제가 등록해 놓겠습니다.""관리직으로서 살이 붙는다는 건 좋은 징조야, 브란트." 브란트는 국장이 자부심있게 손을 얹어 놓은 배로 시선이 갔다. 아뇨, 절대 아닌데요. 그러나 그는 또 한번 무표정으로 하, 하, 하 라고 끊어 웃고는 보고를 마치고 나온 것이다. 헌리국장을 IMF에 매어다가 놓은 것도 석달쯤 지났다. 머리 없는 조직이라는 이유로 이리 불려다니고 저리 불려다녔던 국장 직급 대리 시절에는 하루에 서너시간 밖에 못자면서 자다가도 잠..
미임파 이단브란 / 사막에서 사막에서(사자수인 이단헌트와 군견인 브란트) 수통이 비었다. 브란트는 뚜껑도 열지 않은 그 수통을 손에 쥐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수통 안에서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고 이미 두 시간 전에 마지막 한 방울을 짜내서 입, 그러니까 입마개의 틈 사이로 털어 넣었으니까. 내가 언제부터 무릎을 꿇고 있었지. 브란트는 두 손으로 수통을 뒨 채 그런 생각을 했다. 손바닥이 수통에 끈적하게 달라 붙는다. 천으로 감아 놓은 손바닥에선 아직도 핏물이 베어 있었다. 브란크는 킁, 하고 숨을 쉰다. 마비된 코가 그나마 기능을 하길 바라면서. 피비린내 사이로 다른 쇠냄새를 찾아보지만 다행인지 혹은 불행인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저 모래, 모래, 모래 뿐. 추적자가 없다. 이미 망가진 총기는 왜 여기까지 메고 왔지. 이..
미임파 이단브란 /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5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5(센티넬버스 AU) 국장은 신중하게 보고서를 검토했다. 두께로 손가락마디 하나정도를 이루는 보고서는 빼곡하게 이단헌트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고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종합 인지능력 : 정상 (범주 내) 종합 신체능력 : 정상 (범주 내)그 외 소견: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몸을 제어할 수 있으나 부분적 기억상실 증상을 보임. 지속적 관찰 요망. 그리고 마지막 문단은 이렇게 끝이 났다. 센티넬 능력 보고서1차 : A2차 : C3차 : B+종합 : B+ 국장은 그 요약본의 모든 문장을 세 번씩 읽었다. 그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이제까지 매년 받아온 이단 헌트의 보고서가 남아 있다. 처음부터 센티넬 능력 측정에서 S+ 이상으로 나와 늘 판정을 받아온 것이 그의 기록이었다. 보고서를 내려..
미임파 이단브란 / 그의 밤 그의 밤(하마님 리퀘) 샌프란시스코의 부두에서 서로의 패를 다 꺼내 보인 이후에 브란트는 이단 헌트의 팀원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현장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평가보고서도 우수했으며, 무엇보다 미친 과학자의 핵전쟁 계획을 막은 장본인 중 하나였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의를 제기할 만한 윗선이 부재중이라는 것도 시류상 적절했다. 물론 공식적인 이야기는 그랬다. 사람들의 입은 자유롭게 말을 옮겼다. 이단의 팀은 IMF 내의 어떤 팀보다도 업무 강도가 높고 어려운 임무를 맡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그동안 펜대나 굴렸던 사람이 바로 현장으로 나올 수 있겠냐며 수군거렸다. 그러나 곧장 복귀한 이단의 팀이 몇 개의 작은 작전들을 연달아 성공시키고 또 다시 인도에서 핵 발사코드가 유출되는 것..
미임파 이단브란 /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4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4(센티넬버스 AU) 이단 헌트는 꼬박 하루를 누워지내다 일어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쇠사슬은 사라지고 없었다. 전보다는 팔 다리에 힘이 돌았다. 누가 머릿속에 손을 집어넣고 휘젓는 느낌도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격리실에 있었다. 전에 없던 침대가 들어와 있었지만, 여전히 흰 바닥과 흰 벽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고 침대 발치에 서 있는 남자는 그새 낯선 얼굴이 된 윌리엄 브란트였다. 수갑을 풀고 침대를 들인 것도 그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다시 사고치면,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안 좋아질 것 같으면 미리 말을 좀 해줄래요? 그는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이단이 깨어나자마자 그렇게 말했고 첫 만남에서 목을 졸랐던 것을 기억해 내면서 이단은 아주 간신히 동의했다. 이단이 일어나..
미임파 이단브란 / 세계 종말 10분 전 세계 종말 10분 전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까? 세계의 종말을 목전에 둔 우리에게, 오 신이시여, 우리에게도 기회가 남아 있습니까? 이단. 살아있어? 살아있다고 해줘. 아냐 어차피 다 죽을 거니까 상관없을까. 제인은 벤지가 병원으로 데려갔어.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마냥 피를 흘릴 수는 없잖아. 아이러니하군. 난 모니터를 보고 있어. 샌프란시스코였던 곳이 날아가는 모습 말이야. 버섯구름. 진짜 버섯구름이 올라왔어. 세계의 언론이 온통 그 장면 뿐이야. 이렇게 많은 언어로 한 장면을 계속 보여주는 것은 분명 기네스 기록에 오를 만한 일일텐데, 소감이 어때. 나는 너무나- 모르겠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이제 간신히 일어나서 털고 일어나 거리로 나가면 네가 기다리는 차를 타고 다시 비행기로 돌아가고 워싱턴..
미임파 이단브란 / 잠복 잠복 나는 나무 위에 앉아있다. 해가 진 직후에 올라왔으니 근 세시간쯤 되었다. 이따금 나무를 타던 청솔모들이 기웃거리긴 했지만, 고맙게도 그들은 내게 별 관심이 없다. 문득 입이 바짝 마른 느낌이 든다. 물을 마시지 않은지도 세시간쯤 된 것이다. 이제 거리는 완연한 어둠으로 물들었고 어둠에 저항해보고자 하는 소심한 가로등들이 눈에 불을 키고 늘어섰다. 나는 나무의 어두운 이파리 사이로 고정해놓은 망원경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창문이 닫힌 집은 여전히 불이 꺼져 있었다. 그가 언제쯤 돌아올 것인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의 스케쥴에 대해서, 문의를 하면 당연히 답을 얻겠지만 나는 묻지 않았고 대신에 그의 집 앞 공원에서 잠복하는 것을 택했다. 마음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기다리던 날들은 ..